독서실 끝자리에서 엎드린 애를 깨우면 안 된다고 했다
학교 앞 사거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오래된 독서실이 하나 있다.
요즘은 스터디카페를 더 많이 가지만, 그 독서실은 아직 남아 있다. 간판 불은 흐리고, 계단에서는 낡은 고무 냄새가 난다. 들어가면 신발장 옆에 작은 접수대가 있고, 벽에는 ‘조용히’라는 종이가 삐뚤게 붙어 있다.
시험 기간이면 자리가 금방 찬다.

책상 위에는 형광펜, 오답노트, 반쯤 마신 커피, 접힌 프린트가 놓여 있다. 누가 의자를 조금만 끌어도 주변에서 고개를 든다. 휴대폰 진동이 한 번 울리면, 자기 것이 아니어도 괜히 화면부터 확인하게 된다.
그 독서실 맨 안쪽에는 끝자리가 있다.
창문도 없고, 벽 쪽으로 붙어 있어서 출입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복도 끝을 돌아야 나오는 자리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애들이 앉을 법한 곳인데, 우리 학교 애들은 그 자리를 잘 고르지 않는다.
문예부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독서실 끝자리. 스탠드 켜져 있으면 앉지 말 것.”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엎드린 애를 깨우지 말 것.”
처음엔 그냥 흔한 소문인 줄 알았다.
독서실에서는 누가 언제 들어왔는지 잘 모른다. 다들 칸막이 안에 고개를 박고 있고, 옆자리 사람이 화장실을 갔는지 집에 갔는지도 한참 지나야 알게 된다. 남는 건 책상 위의 흔적뿐이다.
지우개 가루.
펜 자국.
물병 자국.
프린트 모서리에 눌린 손톱 자국.
3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다.
“학교 앞 독서실 끝자리 얘기 알아요?”
선배는 바로 알아듣고 말했다.
“아, 자는 애 말하는 거지?”
선배 말로는 시험 기간마다 그 자리 이야기가 돌았다고 했다. 밤늦게 남은 애들 사이에서 특히 많이 나왔다고 했다. 분명 예약자가 없는데 맨 안쪽 스탠드만 켜져 있고, 그 아래에 누군가 엎드려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본 애들은 그냥 자는 줄 알았다고 했다.
시험 기간 독서실에는 그런 애들이 많다. 문제집 펴놓고 그대로 잠드는 경우.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너무 피곤해 보이면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괜히 깨웠다가 서로 민망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끝자리의 경우는 달랐다.
머리카락이 책상 아래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한쪽 팔은 의자 밖으로 툭 떨어져 있었다.
스탠드가 켜져 있는데도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누가 가까이 가서 깨우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돌았다.
왜냐고 물었더니 선배가 말했다.
“깨우면 얼굴을 보게 된대.”
그 말에 잠시 말이 끊겼다.
독서실에서 엎드린 사람 얼굴을 굳이 보려는 애는 없다. 그냥 자는 거면 민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