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지붕을 긁던 소리
차가 멈춘 건 숲길 한가운데였다.
처음엔 둘 다 웃었다.
그는 핸들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설마 기름이 진짜 없겠어?”
계기판 바늘은 이미 바닥에 붙어 있었다.
여자는 조수석에서 창밖을 봤다.
길은 어두웠다.
가로등은 없었다.
양쪽으로 나무가 빽빽했다.
휴대폰 신호는 아까부터 한 칸이었다가 사라졌다.
그들은 시내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친구 집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나왔다.
그는 지름길을 안다고 했다.
국도 옆 작은 길로 빠지면 20분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여자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 괜찮다고 했다.
“나 여기 몇 번 와봤어.”
그 말을 믿었다.
차는 10분쯤 잘 달렸다.
그러다 엔진이 한 번 덜컥했다.
두 번 덜컥했다.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
그는 시동을 다시 걸었다.
키를 돌릴 때마다 엔진이 힘없이 긁히는 소리만 냈다.
여자가 말했다.
“그냥 보험 부르자.”
그는 휴대폰을 들었다.
신호 없음.
여자도 자기 휴대폰을 봤다.
신호 없음.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차 안이 갑자기 좁아졌다.
밖은 너무 조용했다.
조수석 창문에 자기 얼굴만 비쳤다.
뒤쪽 숲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뭐 해?”
“조금만 걸어가면 주유소 있을 거야. 아까 표지판 봤어.”
“혼자 간다고?”
“금방 갔다 올게.”
“그냥 같이 가.”
그는 웃었다.
“차 두고?”
“그럼 어떡해.”
“너는 안에 있어. 문 잠그고. 누가 와도 열지 마.”
그 말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진지했다.
여자는 따라 나가려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금방 올게. 20분.”
그는 트렁크에서 작은 손전등을 꺼냈다.
불빛이 약했다.
몇 번 흔들어야 겨우 켜졌다.
그는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무서워하지 말고.”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손전등 불빛이 나무 사이에서 흔들렸다.
처음엔 보였다.
길 아래쪽으로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다 사라졌다.
여자는 바로 문을 잠갔다.
딸깍.
그 소리가 차 안에서 너무 크게 들렸다.
처음 10분은 괜찮았다.
그녀는 라디오를 켜보려 했다.
잡음만 나왔다.
지직.
채널을 돌려도 같았다.
어딘가에서 말소리가 섞이는 것 같다가 바로 끊겼다.
그녀는 라디오를 껐다.
휴대폰을 다시 봤다.
신호 없음.
시간은 11시 48분이었다.
그는 20분이면 온다고 했다.
12시 05분.
안 왔다.
12시 13분.
안 왔다.
그녀는 계속 앞유리만 보고 있었다.
길 끝에서 손전등 불빛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움직였다.
그때마다 사람이 오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었다.
그녀는 뒷좌석을 봤다.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