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한 페이지》 리뷰 - 광기가 아니라, “광기 속에 갇힌 시선”을 찍은 영화


1926년 일본.
아직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에 나온 작품인데, 지금 봐도 이상하다.
아니, 정확히는 불편하다.
단순히 오래된 흑백 무성영화 특유의 낡은 느낌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는 애초부터 관객을 편하게 볼 생각이 없는 영화다.
A Page of Madness
원제는 《狂つた一頁》. 국내에서는 보통 《미친 한 페이지》로 번역된다.
감독은 Teinosuke Kinugasa.
각본에는 훗날 노벨문학상을 받는 Yasunari Kawabata가 참여했다.
줄거리
배경은 폐쇄된 정신병원.
한 남자가 병원의 잡역부로 일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철창 안에 갇힌 자기 아내 때문이다.
아내는 과거 아이와 함께 물에 뛰어든 뒤 정신이 무너졌고, 남편은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죄책감 때문이다. 그는 병원에 숨어들듯 취직해 아내 곁을 맴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병동 안의 환자들은 춤추고, 웃고, 울고,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한다.
누군가는 계속 같은 동작만 반복하고, 누군가는 허공을 본다.


남자는 아내를 데리고 도망치려 한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상한 일이 생긴다.
환자들의 환상이 갑자기 화면을 뒤덮고
현실 장면 사이에 악몽 같은 이미지가 섞이고
꿈인지 기억인지 망상인지 설명이 사라진다
남자 역시 점점 현실 감각을 잃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관객은 이런 상태가 된다.
“지금 내가 본 장면이 실제인가?”
영화는 끝까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 영화가 유명한 이유
1. 1926년에 나온 영화라고 믿기 힘든 편집
당시 영화들은 보통 정적인 카메라와 느린 연출이 많았다.
근데 이 영화는:
빠른 몽타주
왜곡 렌즈
다중 노출
흔들리는 카메라
얼굴 클로즈업
환각적 컷 편집
을 미친 듯이 사용한다.
보다 보면 오히려 현대 실험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 난다.
특히 비 오는 장면과 환자 군무 시퀀스는 지금 봐도 상당히 강하다.
2. 자막이 거의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당시 일본 무성영화는 ‘변사(벤시)’가 옆에서 직접 설명해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영화 자체에는 자막이 거의 없다.
즉 영화는 관객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저러는지,
어떤 감정인지,
지금 현실인지 환상인지.
그냥 던져버린다.
그래서 처음 보면 꽤 혼란스럽다.
실제로 현대 관객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이다”
“몽환적이다”
“악몽 같다”
“솔직히 내용 이해는 어려웠다”
라는 반응이 같이 나온다.
3. 공포영화인데 귀신보다 정신 붕괴가 무섭다
이 영화엔 점프스케어가 없다.
귀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