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정류장에 먼저 와 있는 애가 타는 버스는 따라 타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버스정류장이 하나 있다.
학교 정문에서 조금 내려가서, 문구점이 있던 골목을 지나면 나오는 곳이다. 정류장 뒤에는 낮은 담장이 있고, 그 너머로 오래된 빌라 주차장이 보인다. 낮에는 그냥 평범하다. 애들이 학원 가기 전에 잠깐 앉아 있고, 누가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급하게 먹고, 비 오는 날에는 우산 접다가 물이 바닥에 다 튄다.
근데 비 오는 날, 방과 후에는 조금 다르다.
정류장 유리벽에 학교 쪽 불빛이 번지고, 지나가는 차 헤드라이트가 얼굴 옆으로 밀려간다. 교복 치마 아래로 양말이 젖고, 가방끈도 축축해진다. 앞머리는 아무리 정리해도 금방 가라앉는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 정류장 유리벽을 오래 안 본다.
얼굴을 보려다가 뒤쪽까지 보게 돼서.
이 이야기는 그 정류장에서 시작된다.
문예부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 오는 날. 정문 아래 정류장. 먼저 와 있는 애.”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같이 타지 말 것.”
처음엔 그냥 통학로 괴담인 줄 알았다.
비 오는 날 정류장 괴담은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다. 막차, 젖지 않는 사람, 아무도 없는 버스 같은 말은 여기저기서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학교 노트에 적힌 건 조금 달랐다.
먼저 와 있는 애.
그게 이상했다.
버스정류장에는 누가 먼저 와 있을 수 있다. 그건 당연하다. 버스가 늦으면 애들이 하나둘 모이고, 같은 학교 교복이면 대충 같은 방향으로 가는 줄 안다. 굳이 말을 걸지 않아도,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3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다.
“정문 아래 버스정류장에 먼저 와 있는 애 얘기 알아요?”
선배는 잠깐 나를 보더니 말했다.
“비 오는 날 거?”
또 바로 알아들었다.
선배 말로는 예전부터 비 오는 날 늦게 하교하는 애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었다고 한다. 학원 가는 애들이나 보충 끝나고 나오는 애들이 정문 아래 정류장으로 가면, 항상 먼저 와 있는 학생 하나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애가 늘 젖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어깨가 마르다.
우산은 들고 있는데 펼친 자국이 없다.
신발 주변 바닥만 이상하게 물이 고이지 않는다.
처음 보는 애 같지만, 교복은 우리 학교였다. 얼굴은 잘 안 보였다고 한다. 정류장 유리벽 쪽을 보고 서 있거나,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버스가 오면 먼저 탄다.
여기까지는 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