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대문 앞 물이 차오를 때, 춤추며 아이를 데려가려던 여자귀신
비 오는 날 대문 앞에 물이 차오르면
이 이야기는 부산 황령산 자락의 오래된 단층집에서 전해졌다는 가족 괴담을 다룬다.
사연자는 어린 시절 추석 연휴마다 친척들과 함께 큰집에 모이곤 했다. 집은 산동네 골목에 붙어 있는 오래된 양옥집이었다. 넓은 마당과 높은 대문, 경사진 골목길, 비가 오면 금세 물이 고이는 구조까지. 오래된 동네 집 특유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 집에는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들은 금기가 하나 있었다.
비 오는 날, 대문 앞에 물이 차오르면 아이들만 집에 두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동네에서 남천동 할매라 불리던 노인이었다고 한다. 무속인은 아니었지만, 집안 어른들은 그 할머니의 말을 함부로 넘기지 않았다. 할머니는 종종 가족에게 위험을 피하라는 식의 말을 했고, 이상하게도 그런 경고를 무시한 날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할머니의 말을 미신이라기보다 조심해야 할 신호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추석 연휴였다. 집에는 친척들이 모였고, 어른들은 장을 보거나 목욕탕에 다녀오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다. 집에 남아 있던 것은 사연자와 어린 사촌동생뿐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마당과 집 안을 오가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촌동생이 보이지 않게 된다.
사연자는 마당과 방, 부엌을 둘러보지만 아이를 찾지 못한다. 혹시 대문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닐까 싶어 비가 쏟아지는 골목으로 뛰쳐나간다.
그때 골목 끝에서 이상한 장면을 본다.
비에 젖은 골목 저편,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 같은 형체가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또렷하지 않았고, 어디론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 손에는 줄 같은 것이 들려 있었고, 줄 끝에는 개처럼 보이는 짐승이 끌려가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말 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볼수록 이상했다.
질질 끌려가는 그 짐승은 진흙과 비에 젖어 있었고, 움직임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연자는 그 얼굴에서 사촌동생의 모습을 본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 여자아이는 골목 끝에 놓인 무언가를 향해 다가간다. 마치 장례에 쓰이는 상여처럼 보이는 기묘한 형상 앞에서 멈추더니, 끌고 온 것을 그 안으로 넣으려는 듯 움직인다. 그 순간 사연자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려 했고, 곧 정신을 잃은 듯 장면이 끊긴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집 안 마루에 쓰러져 있었다.
옆에는 사촌동생이 있었다.
아이는 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