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스탠드 아래에서 손 흔드는 애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는 낮은 스탠드가 있다.
큰 경기장처럼 높은 건 아니고, 운동장 한쪽에 길게 붙어 있는 콘크리트 계단 같은 자리다. 낮에는 매점 음료를 들고 앉거나, 축구하다가 땀 닦으러 오는 자리다. 운동장 모래 묻은 신발을 스탠드 끝에 털고 가는 애들도 있다.
낮에는 별거 없다.
그런데 해가 지고 나면 조금 달라진다.
운동장 불이 켜져 있어도 스탠드 아래쪽은 어둡다. 계단 밑 공간에는 작은 철문이 하나 있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행사 물품이나 청소도구를 넣어둔다고 했다. 평소에는 잠겨 있고, 열리는 걸 본 애는 거의 없다.
이 이야기는 그 철문 앞에서 시작된다.
문예부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운동장 스탠드 아래. 손 흔드는 애. 따라가지 말 것.”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한 줄이 있었다.
“반대편에서 보면 없음.”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스탠드 아래에 누가 서 있는데, 반대편에서 보면 없다는 건지. 아니면 손 흔드는 애가 보이는 방향이 따로 있다는 건지. 노트에는 설명이 없었다. 그냥 짧은 문장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3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다.
“운동장 스탠드 아래에서 손 흔드는 애 얘기 알아요?”
선배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 체육대회 전날 거?”
또 바로 알아들었다.
선배 말로는 예전부터 체육대회 전날이나 축제 전날처럼 학교에 늦게까지 남는 날, 운동장 스탠드 아래에서 누가 손을 흔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같은 학교 체육복을 입은 학생처럼 보이고, 한쪽 손을 작게 흔든다고 했다.
엄청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니다.
뛰어오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쪽으로 오라는 것처럼, 손만 조금 흔든다.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손짓이 더 애매하다. 이름이면 못 들은 척할 수 있는데, 손짓은 보는 순간 이미 대답한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학교에서는 그렇다. 누가 손을 흔들면 보통 가야 한다. “이리 와”, “이거 들어줘”, “선생님이 부른대”, “저쪽에 뭐 있대.” 그런 뜻으로 쓰는 손짓이 너무 많다.
그래서 처음 본 애들은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한다.
체육대회 준비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 흩어져서 물건을 나르고, 반별 천막이나 의자를 옮기고, 방송부는 스피커 선을 챙긴다. 누가 멀리서 손을 흔들면 그냥 저쪽에 일이 있나 보다 하고 가게 된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손을 흔드는 애는 늘 스탠드 아래 철문 근처에 서 있었다. 얼굴은 잘 안 보이고, 체육복 색도 우리 학교 것 같긴 한데 묘하게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