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칸에서 빨간 휴지를 묻는 목소리가 들리면 문 아래를 보지 말 것
우리 학교 구관 1층 여자 화장실은 복도 끝에 있다.
과학실을 지나고, 오래된 계단 옆을 지나면 나오는 곳이다. 낮에는 그냥 화장실이다. 쉬는 시간마다 애들이 몰려가고, 누가 거울 앞에서 앞머리를 고치고, 누가 물을 너무 세게 틀어서 세면대 주변이 젖는다.
그런데 수업 중이나 방과 후에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 없을 때 물탱크가 늦게 한 번 울리고, 세면대 밑에서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마지막 칸 문은 오래돼서 완전히 닫히지 않고, 잠금장치도 한 번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 학교 빨간 휴지, 파란 휴지 괴담은 그 마지막 칸에서 시작된다.
혼자 들어가 있으면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와 파란 휴지 괴담은 일본의 화장실 도시전설 아카마ント 계열과 닮아 있다. 학교나 공중화장실에서 빨간색과 파란색 중 하나를 고르게 하는 이야기이고,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빨간 종이, 파란 종이 또는 빨간 망토, 파란 망토로 바뀐다. 학교 화장실의 특정 칸에 나타난다는 버전도 자주 보인다.
그런데 우리 학교 버전은 색보다 확인이 문제였다.
문예부실 노트 뒤쪽에 화장실 칸처럼 보이는 그림이 있었다.
문 세 개.
세면대 두 개.
창문 하나.
그리고 제일 안쪽 칸 옆에 적힌 글씨.
R / B
그 아래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묻는 쪽은 문밖에 없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보통 이 괴담은 색을 고르면 안 되는 이야기다. 빨간색도 안 되고, 파란색도 안 되고, 다른 답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우리 학교 노트는 색보다 위치를 먼저 적어두고 있었다.
그 밑에는 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발이 보여도 보지 말 것.”
그 문장이 제일 싫었다.
3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더니 바로 알아들었다.
“구관 1층 마지막 칸?”
선배 말로는 예전부터 그 칸은 애들이 잘 안 썼다고 한다. 문이 잘 안 잠기고, 물이 늦게 내려가고, 겨울에는 창문 쪽에서 바람이 들어와서 유난히 추웠다고 했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피할 만한데, 빨간 휴지 파란 휴지 이야기가 돈 뒤로는 더 비게 됐다고 한다.
우리 학교 버전의 규칙은 이랬다.
목소리가 들리면 색을 고르지 말 것.
문 아래를 보지 말 것.
발이 보여도 대답하지 말 것.
발이 안 보이는데 목소리만 들리면, 더더욱 대답하지 말 것.
다른 학교에서는 “휴지 필요 없다”고 하면 된다는 말도 있고, 다른 색을 말하면 된다는 말도 있다. 아카마ント 계열에서도 무시하거나 양쪽 다 거절하는 방식이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