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이후 구관 계단에서 13이 나오면 다시 세지 말 것
우리 학교 구관에는 애들이 잘 안 쓰는 계단이 하나 있다.
중앙 계단이 아니라, 미술실과 음악실 사이 복도 끝에 있는 좁은 계단이다. 낮에는 그냥 이동 수업 때 지나가는 길이다. 늦은 애들이 뛰어 내려가고, 청소 시간에는 밀대 자국이 남고, 가끔 선생님들이 자료 박스를 들고 올라간다.
그런데 선배들은 그 계단을 다르게 불렀다고 한다.
열세 번째 계단.
처음엔 흔한 괴담인 줄 알았다. 밤에 계단을 세면 한 칸이 더 생긴다는 이야기. 계단 괴담은 학교 괴담에서 꽤 오래된 모양이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도 원래 28개인 계단에 29번째 계단이 나타난다는 설정을 쓴다. 다만 우리 학교 이야기는 소원을 비는 쪽이 아니라, 숫자를 세는 쪽에 가까웠다.
우리 학교 구관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낮에 세면 열두 칸이다.
그런데 시험 기간 밤 10시가 지나서 혼자 세면, 열세 번째 칸이 생긴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본 건 문예부실 노트 때문이었다. 맨 뒤쪽에 계단처럼 보이는 연필 그림이 있었고, 옆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1
2
3
4
5
6
7
8
9
10
11
12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글씨로 이런 문장이 있었다.
“13은 세지 말 것.”
그 아래에는 더 짧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10시 이후. 구관 2층에서 3층. 혼자일 때만.”
그날 수업 끝나고 한 번 세어봤다.
하나, 둘, 셋.
열, 열하나, 열둘.
정확히 열두 칸이었다.
그런데 세고 나니까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3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더니 바로 알아들었다.
“아, 구관 계단?”
선배 말로는 예전 야자 때부터 내려온 이야기라고 했다. 그때는 구관 3층 자습실을 밤에도 썼고, 늦게 남은 애들이 그 계단을 자주 오르내렸다고 한다.
규칙은 간단했다.
혼자 있을 때 세면 안 된다.
한 번 헷갈리면 다시 세면 안 된다.
다시 세면 숫자가 늘어난다고 했다. 처음엔 열세 칸. 다시 세면 열네 칸. 또 세면 열다섯 칸. 그러다 중간 층계참이 나오지 않고, 계속 계단만 이어진다고 한다.
이상한 건 계단보다 세는 행동이다.
계단은 원래 세지 않는다. 매일 지나가면서도 몇 칸인지 모른다. 발이 먼저 알고, 몸이 알아서 맞춘다. 그런데 괴담을 듣고 나면 발밑을 보게 된다.
하나, 둘, 셋.
중간쯤 가면 갑자기 내가 왜 세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때 숫자가 흔들린다.
여덟이었나.
아홉이었나.
그 순간 다시 세고 싶어진다.
우리 학교 괴담은 바로 그걸 하지 말라고 했다.
선배들 사이에는 누가 실제로 해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