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마네킹
옷가게를 창업한 민우는 비용을 아끼려 황학동 가구거리에서 중고 전신 마네킹을 몇 개 사 왔다. 대부분 흠집이 있었지만, 그중 유독 새것처럼 하얗고 매끄러운 여성 마네킹이 하나 있었다. 눈동자가 비정상적으로 또렷해 눈이 마주치면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가게를 오픈한 첫날 밤, 혼자 남아 정리를 하던 민우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쇼윈도에 세워둔 그 마네킹의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자신이 일하는 카운터 쪽으로 돌려져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예민한가."
민우는 마네킹의 고개를 바르게 고쳐놓고 퇴근했다.
문제는 그날 새벽이었다. 매장 매니저 앱으로 실시간 CCTV를 확인하던 민우는 소름이 쫙 돋았다. 흑백 화면 속, 그 마네킹의 고개가 완벽하게 카메라 렌즈를 향해 꺾여 있었다. 마치 렌즈 너머의 민우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처럼.
다음 날, 민우는 찝찝한 마음에 그 마네킹을 창고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 그날 밤, 민우는 가위에 눌렸다.
사방이 캄캄한 창고 안이었다. 저 멀리서 달그락, 달그락하는 거칠고 딱딱한 플라스틱 마찰음이 들렸다. 창고 구석에 있던 그 마네킹이 관절을 기괴하게 꺾으며 민우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마네킹은 움직일 때마다 몸 내부의 텅 빈 공간이 울리는 듯한 기괴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입혀줘... 내 몸에... 네 걸 입혀줘..."
꿈에서 깨어난 민우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어 확인차 매장으로 차를 몰았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 창고로 향했다. 자물쇠는 그대로 잠겨 있었다. 안도하며 문을 열고 손전등을 비춘 순간, 민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창고 바닥에는 그 흰색 마네킹이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마네킹의 플라스틱 가슴과 팔다리 곳곳이 날카로운 것에 긁힌 듯 처참하게 찢겨 있었고, 그 갈라진 플라스틱 틈새 사이로 핏기가 전혀 없는, 썩어가는 인간의 진짜 살점과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삐져나와 있었다.
경악한 민우가 뒤걸음질 치는데, 쾅! 하고 창고 문이 저절로 닫혔다.
암흑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플라스틱 소리가 민우의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이번엔 환청이 아니었다. 살점이 썩는 지독한 악취가 목덜미에 닿았다.
"가죽이 너무 낡았어... 새 걸로 갈아입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