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에 난 빨간 점
런던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계속 볼을 만졌다.
처음엔 모기 물린 자국이라고 생각했다.
멕시코 해변에는 벌레가 많았다.
호텔 직원도 밤에는 창문을 닫으라고 했다.
친구들은 팔이며 다리며 여기저기 물렸고, 나도 어깨 쪽에 몇 군데 자국이 있었다.
그러니까 볼에 난 작은 점 하나쯤은 별일 아니었다.
문제는 그게 얼굴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오른쪽 볼.
광대뼈 아래.
거울을 보면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처음 생겼을 때는 손톱 끝만 했다.
빨갛고 둥근 점.
눌러도 아프지 않았다.
가렵지도 않았다.
그냥 보기 싫었다.
나는 선크림을 너무 두껍게 발라서 트러블이 난 줄 알았다.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호텔 욕실 거울 앞에서 화장을 지우다가 그걸 봤다.
친구가 뒤에서 말했다.
“벌레 물렸네.”
“얼굴에?”
“해변에서 잤잖아.”
그 말이 맞았다.
낮에 우리는 모래사장에 누워 있었다.
나는 수건을 얼굴 위에 덮고 잠깐 잤다.
얼마나 잤는지는 몰랐다.
깨고 나니 볼이 조금 따끔했다.
그때는 햇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호텔방에는 작은 도마뱀도 들어왔고, 욕실 천장 구석에는 거미줄도 있었다.
청소가 안 된 방은 아니었다.
그냥 더운 나라의 호텔이 그랬다.
나는 그 점을 손으로 한 번 눌렀다.
딱딱했다.
여드름은 아니었다.
그래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다음 날 우리는 영국으로 돌아왔다.
비행 시간은 길었다.
기내 조명이 꺼졌고, 사람들은 다 자고 있었다.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볼이 조금씩 욱신거렸다.
손을 대면 열이 있었다.
나는 승무원에게 얼음을 달라고 할까 하다가 그만뒀다.
별일 아니겠지.
여행 끝나고 얼굴에 뭐 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건조해서.
피곤해서.
물갈이해서.
그런 이유를 몇 개 떠올리면 마음이 편했다.
집에 도착한 건 밤이었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물었다.
“볼은 왜 그래?”
“벌레 물린 거.”
“많이 부었는데?”
나는 화장실로 갔다.
거울을 봤다.
점은 동전만 해져 있었다.
빨간색이 더 진해졌다.
가운데는 살짝 검었다.
주변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나는 손으로 만졌다가 바로 뗐다.
아팠다.
그날 밤 나는 제대로 못 잤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볼이 베개에 닿았다.
왼쪽으로 누우면 얼굴 안쪽이 당겼다.
새벽에 한 번 깼을 때,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볼 안쪽에서 아주 작게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정말 움직인 건 아닐 것이다.
피가 뛰는 느낌일 수도 있었다.
염증이 생기면 욱신거리니까.
피부가 붓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침이 되자 더 커져 있었다.
엄마는 병원에 가라고 했다.
나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포기했다.
화장으로 가릴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더 도드라졌다.
붉은 부위 위에 화장이 뭉쳤다.
회사에는 몸이 안 좋다고 했다.
동네 병원에 갔다.
의사는 내 볼을 보고 물었다.
“언제부터 이랬습니까?”
“여행 중에요.”
“어디 다녀오셨죠?”
“멕시코요.”
의사는 장갑을 끼고 내 볼을 살폈다.
“벌레 물린 뒤에 긁었습니까?”
“아니요.”
“열은요?”
“잘 모르겠어요.”
그는 소독약을 꺼냈다.
“감염된 것 같습니다. 항생제 드시고, 오늘은 건드리지 마세요.”
나는 물었다.
“짜면 안 돼요?”
의사는 바로 말했다.
“절대 손대지 마세요.”
그 말을 들으면 보통 더 손대고 싶어진다.
나는 병원을 나와 약국에 갔다.
약사는 내 얼굴을 보고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신경 쓰였다.
집에 와서 약을 먹고 잤다.
오후에 일어났을 때, 볼은 더 뜨거웠다.
거울 앞에 섰다.
빨간 점이 아니었다.
이제는 혹이었다.
피부가 안쪽에서 밀려 올라온 것처럼 볼록했다.
가운데 검은 점은 더 뚜렷해졌다.
주변은 반들거렸다.
나는 손을 씻고 거즈를 댔다.
살짝 눌렀다.
너무 아파서 바로 손을 뗐다.
그때였다.
혹 안쪽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나는 숨을 멈췄다.
다시 봤다.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착각.
당연히 착각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왔다.
“응급실 가자.”
“괜찮아.”
“괜찮은 얼굴이 아니야.”
엄마 말이 맞았다.
나는 열이 나고 있었다.
머리가 아팠고, 눈 밑까지 당겼다.
오른쪽 턱이 뻐근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은 붐볐다.
아이 우는 소리.
휠체어 바퀴 소리.
간호사가 이름 부르는 소리.
나는 접수대 앞에 서서 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봤을 수도 있다.
그 정도로 부어 있었다.
의사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바로 처치실로 보냈다.
“농양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단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고름이 찬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절개해서 빼야 합니다.”
엄마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괜찮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했다.
간호사가 내 얼굴 주변을 닦았다.
소독약 냄새가 났다.
의사는 작은 주사로 마취를 했다.
마취 주사가 더 아팠다.
나는 눈을 감았다.
“움직이지 마세요.”
의사가 말했다.
나는 숨을 참고 있었다.
칼이 닿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압박감만 있었다.
의사가 혹을 눌렀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그는 다시 눌렀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간호사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엄마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눈을 떴다.
의사는 내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다.
내 볼 아래쪽, 받쳐둔 거즈를 보고 있었다.
흰 거즈 위에 검은 점들이 있었다.
처음엔 피가 뭉친 줄 알았다.
그런데 점들이 움직였다.
하나.
둘.
셋.
아주 작은 것들이 거즈 위를 기어갔다.
다리들이 보였다.
나는 소리를 지르려 했다.
목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의사가 뒤로 물러났다.
간호사가 금속 트레이를 떨어뜨렸다.
쨍그랑.
그 소리에 처치실 밖에서 누군가 문을 열었다.
엄마는 내 손을 놓고 입을 막았다.
내 볼에서 계속 나왔다.
검은 점들.
아니.
거미였다.
아주 작은 거미들이었다.
거즈 위로 떨어지고, 내 목 쪽으로 내려가고, 턱 아래로 기어갔다.
나는 그제야 비명을 질렀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간호사가 붙잡았다.
“움직이면 안 돼요!”
나는 울면서 얼굴을 긁으려 했다.
의사가 내 손목을 잡았다.
“잡으세요! 손 못 대게 하세요!”
간호사 두 명이 더 들어왔다.
누군가 내 머리를 눌렀다.
누군가는 목에 수건을 둘렀다.
누군가는 바닥을 밟고 있었다.
작은 소리가 났다.
퍽.
퍽.
퍽.
나는 그 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내 얼굴에서 나온 것들이 병원 바닥에서 터지는 소리.
의사는 물로 내 볼을 씻었다.
상처 안쪽에 뭐가 더 있는지 확인했다.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뜨면 거울이 보일 것 같았다.
내 얼굴이 보일 것 같았다.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게 보일 것 같았다.
처치는 오래 걸렸다.
의사는 결국 내게 진정제를 놓았다.
잠깐 의식이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실에 있었다.
오른쪽 볼에는 두꺼운 거즈가 붙어 있었다.
엄마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눈이 빨갰다.
나는 첫마디로 물었다.
“다 나왔어?”
엄마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대신 내 손을 잡았다.
의사는 나중에 말했다.
그런 일은 본 적 없다고 했다.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열대 지역에서 벌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얘기했다.
피부 속에 알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병원에서는 여러 검사를 했다.
상처는 천천히 아물었다.
흉터는 남았다.
오른쪽 볼에 작은 선이 생겼다.
화장을 해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물으면 나는 대충 넘긴다.
여행 가서 다쳤다고 한다.
벌레 물린 게 심해졌다고 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진짜로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도 가끔 믿고 싶지 않다.
그런데 밤에 세수를 하다가, 손끝이 흉터 위를 지나가면 생각난다.
멕시코 해변.
얼굴 위에 덮었던 수건.
잠에서 깼을 때 볼에 느껴졌던 작은 따끔함.
호텔 욕실 천장 구석의 거미줄.
그리고 병원 거즈 위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던 검은 점들.
나는 이제 여행을 가도 해변에서 눕지 않는다.
수건을 얼굴 위에 올리지도 않는다.
벌레 물린 자국을 그냥 두지도 않는다.
작은 빨간 점 하나라도, 얼굴에 나면 바로 병원에 간다.
사람들은 웃는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른쪽 볼을 만진다.
흉터는 평소엔 아무렇지 않다.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피곤하거나 열이 날 때면.
그 안쪽이 아주 작게 간질거린다.
그럴 때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못 본다.
이 이야기는 도시괴담 The Spider Bite / The Red Spot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이 괴담은 추운 지역에 살던 여성이 따뜻한 해외 휴양지에서 볼을 물린 뒤, 붉은 혹이 커지고, 의사가 그것을 절개하자 작은 거미들이 나온다는 구조로 전해진다. 위키피디아는 이 이야기를 1970년대 영국에서 나타난 현대 도시괴담으로 정리한다. 또 『Scary Stories to Tell in the Dark』의 작가 앨빈 슈워츠는 민담과 도시괴담을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재구성했으며, 「The Red Spot」도 이 계열의 이야기로 널리 알려졌다. 실제 생물학 관점에서는 거미가 사람 피부 안에 알을 낳는다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버크 박물관의 거미 신화 자료는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진 도시괴담이며, 과학·의학 문헌에서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