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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괴담

사라진 호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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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들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프런트 직원은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쳐다봤다.

나는 숨이 차 있었다.
파리 길은 복잡했고, 약국은 생각보다 멀었다.
의사가 적어준 처방전을 들고 몇 시간을 헤맸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호텔방에 누워 있었다.
열이 심했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의사가 와서 봐줬다.
약만 구해오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나갔다.

엄마는 침대에 누운 채 내 손을 잡았다.

“빨리 와.”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호텔 로비는 내가 나갈 때와 조금 달라 보였다.

아침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고, 프런트 옆에는 커다란 꽃병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왔을 때 꽃병은 없었다.

나는 프런트로 갔다.

“302호 열쇠 주세요.”

직원은 나를 멍하니 봤다.

“어느 방이라고 하셨습니까?”

“302호요. 오늘 아침에 어머니랑 체크인했어요.”

직원은 장부를 펼쳤다.

천천히 손가락으로 줄을 훑었다.

그리고 말했다.

“손님 성함은 없습니다.”

나는 웃었다.

처음엔 실수라고 생각했다.

“아니요. 오늘 아침에 왔어요. 어머니가 아파서 의사도 불렀고요. 제가 약 사러 나갔다 왔잖아요.”

직원은 다른 직원을 불렀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봤다.

그 표정이 이상했다.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이미 연습해둔 사람들처럼 조용했다.

“손님은 저희 호텔에 묵고 계시지 않습니다.”

나는 손에 든 약병을 보여줬다.

“그럼 이건 뭔데요?”

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직원이 따라왔다.

“손님,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나는 무시했다.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분명 3층이었다.

복도 끝에서 왼쪽으로 돌면 302호가 있었다.
아침에 봤던 벽지는 노란색 꽃무늬였고, 방 앞에는 작은 흠집 난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3층 복도는 달랐다.

벽지가 바뀌어 있었다.

노란 꽃무늬가 아니었다.
회색 줄무늬였다.

나는 302호 앞에 섰다.

문 번호가 없었다.

그 자리는 그냥 벽이었다.

벽.

문도 없고, 손잡이도 없고, 번호판도 없었다.

나는 벽을 손으로 더듬었다.

분명 여기였다.

여기 문이 있었고, 나는 여기서 나왔다.

엄마가 이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벽을 두드렸다.

“엄마?”

복도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

“손님, 내려가셔야 합니다.”

나는 돌아서서 소리쳤다.

“우리 짐은요?”

직원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무슨 짐 말씀이십니까?”

나는 방 안에 있던 것들을 말했다.

엄마의 갈색 트렁크.
내 작은 가방.
침대 옆 의자에 걸어둔 코트.
창가에 놓여 있던 물컵.

직원은 전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로비로 끌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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