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만토 (赤マント), 닫힌 칸 안에서 선택지를 들었다는 기록
처음에 나는 아카만토(赤マント, 붉은 망토)라는 이름을 듣고,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빨간 마스크’류 괴담처럼 단순히 한 형태로 정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카만토는 한 가지 모습으로만 닫히지 않는다.
현재 전해지는 아카만토 괴담은 크게 두 갈래로 보인다. 하나는 쇼와 초기(1930년대 무렵) 일본에서 돌았다는 붉은 망토 괴인 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나 공중화장실에서 “빨간 종이와 파란 종이 중 무엇을 원하느냐” 혹은 “붉은 망토와 푸른 망토 중 무엇을 입겠느냐”라고 묻는 화장실 괴담이다. 일본어권 자료에서도 赤マント라는 이름은 이 두 계열이 겹쳐 쓰이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같은 이야기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같은 괴담권 안에서 색과 질문이 서로 빌려 쓰인 형태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먼저 말해두자.
이 글은 아이들에게 전해진 잔혹한 세부를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어떤 색을 고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적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자세히 쓰면 이 글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에 그치기 때문이다. 내가 주목한 건 색이 아니라 ‘문’이었다.
학교 화장실의 칸문은 이상한 물건이다. 안에서 잠그면 사적인 공간이 되지만 위아래는 뚫려 있어 복도와 완전히 단절되지도, 밖을 훤히 볼 수도 없다. 소리와 발자국이 들어오고, 다른 칸에서 나는 작은 기침도 들린다. 그런데 그 안에서 모르는 목소리가 선택지를 던진다. 길에서 만나는 괴담과 달리, 도망칠 방향이 없다.
“빨간 쪽이 좋아?”
“파란 쪽이 좋아?”
선택지는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다. 일본의 학교 괴담에서 이 구조는 오래 반복된다. 특히 세 번째 칸이나 가장 안쪽 칸에 들어가면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빨강과 파랑 중 하나를 고르라 한다. 종이로 나오기도 하고, 망토나 조끼 같은 옷으로 바뀌기도 한다. 영어권 소개 자료에서도 아카만토는 공중화장실이나 학교 화장실에 나타나 빨강과 파랑을 고르게 하는 존재로 설명된다.
나는 이 감각을 확인하려고 도쿄 서쪽의 주택가를 걸었다. 오래된 초등학교와 작은 공원이 붙어 있는 동네였다. 특정 학교를 찾으려 한 건 아니다. 운동장 소리와 공원 화장실, 문방구, 좁은 주택가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싶었다. 오후 늦은 시간, 담장 너머로는 부활동 소리와 공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공원 화장실의 흰 타일은 오래되어 누렇게 보였고, 세면대 거울 아래에는 물때가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장소였기에 오히려 더 비슷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