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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동화

빨간 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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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할머니가 편찮으시단다. 이 과자와 버터 단지를 오두막에 좀 가져다주련."

어머니가 붉은 벨벳 모자를 씌워주었을 때, 아이는 그것이 자신의 수의(壽衣)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숲길은 어두웠고, 나무들 사이로 들리는 바람 소리는 마치 굶주린 짐승의 르릉거리는 숨소리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녀석을 만났다.

"그렇게 예쁜 옷을 입고 어디로 가느냐, 꼬마 아가씨?"

부드러운 가죽처럼 목소리를 변조한 늑대의 질문에, 순진한 아이는 할머니의 오두막 위치를 정중하게 가르쳐주고 말았다. 늑대의 눈빛이 기괴하게 번뜩였다. 녀석은 침을 흘리며 지름길로 달렸다.

오두막의 문은 쉽게 열렸다. 침대에 누워 골골대던 늙은 할머니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늑대의 앞발에 목이 꺾였다. 늑대는 숨이 끊어진 노인의 사지를 토막 내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뼈가 부러지고 살이 발라지는 소리가 컴컴한 방 안을 채웠다.

사악한 유희를 즐기기로 한 늑대는 할머니의 고기를 놋그릇에 정성스럽게 담았고, 바닥에 흥건한 붉은 피를 긁어모아 와인병에 채워 넣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잠옷을 껴입고 침대 깊숙이 기어 들어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이윽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 똑, 똑.

"문을 열어다오, 얘야. 빗장을 들어 올리면 된단다."

이불 속에서 쇠 긁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빨간 모자는 숨을 헐떡이며 식탁 앞으로 다가갔다. 방 안에는 기이할 정도로 짙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할머니, 목이 너무 마르고 배가 고파요."

"잘 왔구나, 얘야. 식탁 위에 고기와 포도주가 있으니 마음껏 먹으렴."

아이는 의심 없이 그릇에 담긴 살점을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아작, 아작. 씹을 때마다 기묘하게 질긴 고기 맛이 혀끝을 감돌았다. 와인병을 들어 붉은 액체를 목구멍 뒤로 들이켰다. 그것은 비릿하고 걸쭉한, 방금 전까지 살아 있던 인간의 피였다.

그때, 오두막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가 핏발 선 눈으로 아이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기집애 같으니! 할머니의 살을 먹고 할머니의 피를 마시다니!"

늑대는 이불 속에서 묵직한 나막신을 던져 고양이의 머리를 부셔버렸다. 퍽, 소리와 함께 고양이가 경련하며 쓰러졌지만, 무지한 아이는 그저 할머니의 몸집이 커져서 힘이 세진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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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느냐? 그렇다면 이제 옷을 모두 벗어서 저 화로의 불 속에 던져버리렴. 그리고 이 침대로 들어와 내 곁에 누워라."

컴컴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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