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본 검은엄마

나 어릴 때 겪은 일인데 아직도 생각하면 좀 이상함
내가 5살쯤이었고 엄청 겁 많을 때였음
엄마 없으면 잠도 못 자던 시절
그때 살던 빌라 구조가 좀 특이했는데
지하는 어두운 주차장,
1층은 비어 있는 공실,
2층은 개척교회였음
근데 그 교회가 진짜 음산했음
교인은 목사 할아버지, 권사 할머니, 우리 엄마 이렇게 셋뿐인데
교회는 괜히 넓고 밤 되면 사람 없는 의자들만 줄지어 있었음
우리 집은 그 위층 복도식 빌라였는데
복도도 길고 어두웠음
낮에도 좀 컴컴한 느낌
수요일마다 밤예배를 했는데
엄마가 피아노 반주하러 내려갔던 것 같음
나는 거실 쇼파에서 자고 있었고
TV만 켜져 있었음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는데
눈 뜨니까 엄마가 없어서 울기 시작했음
근데 울다가 눈 비볐는데
쇼파에 엄마가 앉아 있었음
주황색 쇼파에 검은 옷 입고
TV만 멍하게 보고 있었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게
엄마인데도 분위기가 너무 낯설었음
근데 애기니까 그냥 반가워서
“엄마…” 하고 안겼거든
근데 안는 순간
사라짐
진짜 연기처럼 스르륵 없어졌음
그 순간 너무 놀라서 고개 들었는데
앞에는 아무도 없고
TV 불빛이랑 복도 어둠만 보였음
그리고 그때 생각난 거임
엄마 지금 아래 교회에 있잖아
그 생각 드는 순간 진짜 미친 듯이 울었음
근데 더 이상한 건
복도 끝 어둠에서
뭔가 사람 같은 게 움직인 것 같았음
다음날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가 한참 듣고 있다가
“…검은 옷?”
이러더라
그날 엄마는 흰 블라우스 입고 있었다고 함
근데 이상하게 아직도 기억나는 건
TV 보고 있던 그 옆모습뿐임
얼굴은 끝까지 기억이 안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