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병, 집 아래 묻힌 저주의 역방향
17세기 영국 사람들은 집 안으로 불행이 들어온다고 믿었다.
문으로도 들어오고, 벽 틈으로도 들어오고, 굴뚝으로도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이유 없이 아프거나, 가축이 죽거나, 밤마다 누가 몸을 누르는 것 같으면 그 원인을 병이나 우연으로만 보지 않았다.
누군가 저주를 걸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병 하나를 준비했다.
그 안에 소변을 넣고, 머리카락을 넣고, 손톱 조각을 넣고, 구부린 핀이나 녹슨 못을 넣었다.
그 병을 막은 뒤, 벽 안이나 바닥 밑, 문지방 아래, 난로 근처에 숨겼다.
이걸 지금은 보통 마녀병, Witch Bottle이라고 부른다.

MOLA, 즉 런던 고고학박물관 쪽 자료에 따르면 마녀병은 17세기 유리병이나 석기병으로, 주술적 보호물 혹은 마녀술에 대한 ‘처방’처럼 사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내용물로는 핀, 못, 소변, 손톱 조각, 가시 같은 것이 자주 언급된다. 발견 장소도 흥미로운데, 난로 주변, 바닥 밑, 문지방 아래, 교회 묘지, 도랑, 강가 같은 곳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다.
중요한 건 이 물건이 장식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누가 보기 좋으라고 만든 것도 아니고, 남에게 보여주려고 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최대한 안 보이게 숨겼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집은 완전히 닫힌 공간이 아니었다.
문틈, 굴뚝, 마룻바닥 아래, 벽 사이.
지금 기준으로는 그냥 구조물의 빈 공간이지만, 당시에는 그 틈으로 뭔가 들어올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병을 그 자리에 묻었다.
마녀병의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불쾌하다.
저주가 사람에게 직접 닿지 못하게, 사람의 일부를 병 안에 넣어둔다.
소변, 머리카락, 손톱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 날카로운 물건을 같이 넣는다.
만약 저주를 건 존재가 그 병에 끌려 들어간다면, 안쪽의 핀과 못이 그것을 괴롭힌다는 식이다.
실제로 2008년 MOLA가 공개한 홀리웰 마녀병 사례도 이 구조와 비슷하다. 런던 쇼디치 하이 스트리트 근처 유적에서 발견된 이 병은 1670년에서 1710년 사이의 런던 석기병으로 추정됐고, 지하 공간의 바닥 아래에 묻혀 있었다. 안에서는 약 60개의 구부러진 구리 합금 핀, 녹슨 못, 나무나 뼈로 보이는 조각이 확인됐다. MOLA는 이 병이 악한 힘을 막기 위한 민간 주술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병이 꼭 사람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내셔널 트러스트 소장품 중에는 도싯의 퍼벡 지역 오래된 경계벽 아래에서 발견된 마녀병도 있다. 이 병은 1600년에서 1800년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