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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호러

주엽역 휠체어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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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선 너머, 나를 기다리는 바퀴 소리

일산선(지하철 3호선연장선)이 지나는 고양시 일대의 역사들은 밤이 되면 특유의 적막감에 휩싸인다. 괴담의 무대인 주엽역 역시 낮에는 수많은 시민이 오가는 평범한 역이지만, 막차 시간이 가까워진 심야가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괴담은 주로 늦은 밤 학원 수강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이나, 야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막차를 기다리던 직장인들의 목격담에서 출발했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 인적이 완전히 끊긴 텅 빈 주엽역 승강장.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기 전의 그 스산한 콘크리트 승강장 노란색 안전선 뒤에 홀로 서 있으면, 저 멀리 어두컴컴한 터널 안쪽이나 승강장 끝 엘리베이터 쪽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온다.

달그락, 드르륵, 달그락...

규칙적으로 바닥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마찰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면, 저 멀리 시야 끝 기둥 그늘 속에서 낡은 수동 휠체어 한 대가 스스로 움직이며 천천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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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예감에 뒤를 돌아 계단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휠체어는 서서히 다가와 승강장 안전선 바로 앞, 선로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끝에 멈춰 선다.

그리고 휠체어가 멈춤과 동시에, 텅 빈 시트 위에서 낮고 거친 노인의 쇳소리가 공기를 찢고 울려 퍼진다.

"거기 총각... 내 휠체어 좀 저 아래로 내려다 줄래?"

그 목소리를 듣고 홀린 듯 휠체어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는 순간, 등 뒤에서 보이지 않는 차가운 손이 당신의 등을 강하게 밀쳐 선로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소문이었다. 잠시 후 열차 진입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하면, 승강장에는 기괴한 웃음소리만 가득 찼다고 한다.

현대식 교통 인프라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그림자

이 괴담이 유독 200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배경에는 당시 한국 사회의 급격한 지하철역 편의시설 확충과 사회적 갈등이 교묘하게 얽혀 있다.

2000년대 초반은 리프트를 타던 장애인 승객들의 추락 사고가 잇따르며 수도권 지하철역 내에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가 빗발치던 시기였다. 특히 일산선 구간은 초기 설계 문제로 교통약자 이동 시설이 열악해 관련 사고와 시위가 잦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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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이라는 가장 현대적이고 안전해야 할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실제 '추락 사고'의 공포가 유저들의 상상력과 결합하면서, '억울하게 사고를 당한 원혼이 승강장을 맴돌며 산 사람을 끌어내린다'는 정형적인 한국형 원혼 괴담으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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