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는다는 말
여름밤이었다.
방문은 닫혀 있고, 창문도 반쯤 닫혀 있었다.
낮 동안 달궈진 방 안은 쉽게 식지 않았다.
누군가는 선풍기를 침대 쪽으로 돌려놓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그 사람은 깨어나지 못했다.
뉴스는 오래전부터 이런 식으로 말했다.
선풍기를 켜고 자다 숨졌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상한 문장이다.
사람이 죽었고, 방 안에 선풍기가 켜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선풍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망 원인처럼 다뤄졌다.
한국의 ‘선풍기 사망설’은 외국에서도 특이한 한국 도시전설로 소개될 만큼 유명해졌다. 로이터는 2007년 기사에서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한국에 퍼져 있다고 보도했고, 의사와 연구자들은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단순히 어른들이 아이 겁주려고 만든 말만은 아니었다.
2006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여름철 5대 생활안전사고 중 하나로 “선풍기·에어컨 질식사고”를 언급했다. 당시 자료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고 잘 때 타이머를 맞추고, 바람을 회전시키고, 방문을 열어두라는 예방요령도 들어 있었다.
그 자료만 보면 선풍기 사망설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후의 팩트체크는 달랐다.
YTN 팩트체크는 1920년대부터 2008년까지 선풍기를 켜고 자다 저체온증이나 질식으로 숨졌다는 식의 기사가 많이 나왔지만, 대체로 경찰의 초기 추정이 기사화된 경우가 많았다고 정리했다. 타살 흔적이 없고, 방 안에 선풍기가 켜져 있었기 때문에 사망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선풍기가 지목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사람이 숨졌다.
방 안에 선풍기가 있었다.
타살 흔적은 없었다.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 빈칸에 선풍기가 들어갔다.
문제는 이 설명이 너무 잘 퍼졌다는 점이다.
“선풍기 틀고 자면 감기 걸린다” 정도였다면 그냥 생활 잔소리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죽는다”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방문을 닫고 자면 산소가 부족해진다.
바람이 얼굴 쪽 공기를 밀어내 질식한다.
밤새 찬바람을 맞으면 저체온증이 온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그대로 죽을 수 있다.
이런 설명들은 과학적으로는 허술했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그럴듯했다.
선풍기는 밤새 돌아간다.
사람은 잠든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아침에 누군가 죽은 채 발견된다.
장면이 너무 쉽게 그려진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선풍기 바람만으로 멀쩡한 사람이 질식하거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헬스조선 팩트체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