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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마다 교탁에 꽃 놓는 애 누구였는지 아직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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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이상한 얘기 하나 있었음.

그냥 막 엄청 무서운 건 아닌데, 스승의 날만 되면 생각나는 얘기임.

고등학교 때였고, 우리 반 담임쌤이 좀 조용한 사람이었음.
애들한테 화도 잘 안 내고, 그냥 출석 부르고 수업하고 상담 필요한 애 있으면 남겨서 얘기하는 정도.

근데 스승의 날 아침에 교실 들어가니까 교탁 위에 카네이션이 하나 놓여 있었음.

처음엔 당연히 누가 몰래 둔 줄 알았지.
요즘 그런 거 잘 안 한다고 해도 반에 꼭 한두 명은 챙기는 애 있잖아.

근데 이상했던 건 꽃 밑에 카드가 있었는데, 이름이 없었음.

카드에는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대.

“선생님, 그때 안 가셔서 고맙습니다.”

애들은 처음에 장난인 줄 알았음.
근데 담임쌤 표정이 좀 이상해졌다고 함.

그날 종례도 평소보다 빨리 끝났고, 쌤이 카드를 자기 파일에 넣어갔다더라.

문제는 그게 그해만 있었던 게 아니었음.

그다음 해에도 스승의 날에 똑같이 꽃이 놓였대.
이번엔 다른 반 담임을 맡고 있었는데도.

교무실 책상 위에 카네이션 하나.
그리고 카드.

“선생님, 올해도 계시네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함.

처음엔 졸업생이 장난치는 줄 알고 CCTV도 확인했다는데, 별거 안 나왔대.
아침 일찍 교무실 문 열리기 전에는 아무도 들어온 기록이 없었다고 함.
그런데 꽃은 이미 책상 위에 있었고.

여기까지는 그냥 학교 괴담으로 굴러다닐 만하잖아.

근데 내가 좀 걸렸던 건 그 뒤에 들은 얘기였음.

그 담임쌤이 예전에 한 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었대.
스승의 날 전날이었나, 그쯤이었다고 함.
그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고, 쌤이 밤늦게까지 붙잡고 얘기했다는 얘기.

애들 사이에서는 그 학생이 나중에 전학 갔다, 자퇴했다, 사고가 있었다 이런 말이 다 섞여 있었는데 정확한 건 아무도 몰랐음.

쌤한테 직접 물어본 애도 있었다는데, 쌤이 그냥 이렇게만 말했다고 함.

“그런 학생 있었지.”

그 이상은 말 안 했대.

그래서 더 이상했음.

진짜 죽은 학생 얘기였으면 학교에서 이렇게 조용할 수 있나 싶고,
그냥 전학 간 애였으면 왜 매년 이름 없는 꽃을 두고 가나 싶고.

무엇보다 카드 문장이 좀 이상하잖아.

“그때 안 가셔서 고맙습니다.”

보통 선생님한테 감사하면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지 않나.

안 가셔서 고맙다는 말은 뭔가 다름.

어디를 안 갔다는 건지,
누구를 두고 안 갔다는 건지,
그날 선생님이 가려고 했던 데가 있었던 건지.

그 뒤로 우리 반 애들끼리 스승의 날마다 장난처럼 말했음.

“올해도 꽃 왔나?”

처음엔 웃으면서 물어봤는데, 몇 년 지나고 동창 단톡방에서 누가 진짜로 교무실 근처 지나가다 봤다는 얘기를 했음.

그 쌤이 아직 학교에 있었고, 책상 위에 카네이션이 하나 있었다고.

사진은 없었음.
찍기 좀 그랬다더라.

근데 그 말 듣고 단톡방이 잠깐 조용해졌음.

누가 장난으로
“졸업생이 아직도 챙기는 거 아니냐”
했는데, 다른 애가 바로 그랬음.

“그럼 이름을 쓰겠지.”

그 말 뒤로 아무도 답 안 함.

나는 지금도 이게 귀신 얘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음.

그냥 어떤 졸업생이 매년 몰래 꽃을 두고 가는 걸 수도 있음.
쌤이 사실은 다 알고 있는데 모른 척하는 걸 수도 있고.

근데 이상하게 스승의 날만 되면 그 카드 문장이 생각남.

선생님, 그때 안 가셔서 고맙습니다.

꽃을 준 사람이 선생님한테 고마웠던 건지,
아니면 선생님이 그날 어딘가에 가지 않아서 누군가가 살았던 건지.

그건 아직도 모름.

다만 그 쌤은 스승의 날에 꽃을 받으면 바로 버리지 않고,
꼭 책상 서랍 제일 아래 칸에 넣었다고 함.

애들이 물어보면 그냥

“누가 놓고 갔겠지.”

이렇게만 말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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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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