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의 남자
주유소 직원이 스피커로 나를 불렀을 때, 나는 이미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밤 열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고속도로 옆 작은 주유소였다.
편의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주유기 위 형광등만 하얗게 깜빡였다.
나는 퇴근이 늦었다.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도 나였고, 주차장에 남은 차도 내 차뿐이었다.
집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기름은 거의 바닥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주유소에 들어갔다.
카드를 넣고, 주유를 하고, 영수증은 뽑지 않았다.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주유 캡을 닫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였다.
스피커에서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손님, 잠시 매장 안으로 와주시겠습니까?”
나는 창문을 조금 내렸다.
“왜요?”
직원은 유리창 안쪽 계산대에 서 있었다.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스피커가 다시 지직거렸다.
“카드 승인이 제대로 안 됐습니다.”
나는 계기판 옆에 둔 휴대폰을 봤다.
결제 문자가 와 있었다.
승인 완료.
나는 짜증이 났다.
“문자 왔는데요. 결제 됐어요.”
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몇 초 뒤, 다시 스피커가 울렸다.
“그래도 잠시만 들어와 주세요.”
그 말투가 이상했다.
부탁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급한 말투도 아니었다.
그냥 억지로 차분한 척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주변을 봤다.
주유소는 텅 비어 있었다.
도로에는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다.
편의점 유리문 옆에는 담배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광고판이 조금씩 흔들렸다.
나는 운전석 문을 잠갔다.
그리고 후진 기어를 넣었다.
그때 직원이 매장 안에서 뛰쳐나왔다.
“손님!”
나는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직원은 양손을 들고 있었다.
“잠깐만요. 제발 들어오세요.”
나는 창문을 아주 조금만 내렸다.
“왜 이러세요?”
직원은 내 차 가까이 오지 않았다.
주유기 옆에 멈춰 서서 말했다.
“카드가 문제라니까요.”
“결제 됐다니까요.”
“그러니까요. 그래도 안으로 들어오셔야 합니다.”
그때부터 기분이 나빠졌다.
카드 문제라면서 왜 내 차 쪽으로 오지 않는지.
왜 자꾸 매장 안으로 들어오라고만 하는지.
나는 운전대를 꽉 잡았다.
“경찰 부를게요.”
직원은 바로 대답했다.
“불렀습니다.”
나는 말을 못 했다.
직원이 나를 봤다.
아니.
정확히는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내 얼굴보다 조금 뒤쪽을 보고 있었다.
내 어깨 너머.
차 안.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했다.
직원이 갑자기 소리쳤다.
“돌아보지 마세요.”
그 말에 몸이 굳었다.
차 안은 조용했다.
히터 바람 소리만 났다.
내 가방은 조수석에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