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애들이 전생 얘기했다는 썰은 그냥 못 넘기겠음

11 0 추천 영역으로 이동 0 댓글로 이동

나 환생 안 믿음.

전생 기억 이런 것도 거의 안 믿고, 어른이 “나 전생에 뭐였다” 이런 얘기하면 그냥 그런 쪽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넘김.

근데 애들이 그런 말 했다는 썰은 이상하게 한 번 더 보게 됨.

막 대단한 얘기도 아님.
전생에 장군이었다, 공주였다 이런 말이면 오히려 그냥 웃고 넘길 것 같은데

“여기 싫어.”
“나 여기서 다쳤어.”
“예전 엄마한테 가야 돼.”

이런 식으로 나오면 좀 멈칫하게 됨.

예전에 커뮤에서 본 글인데, 어떤 집 애가 차 타고 가다가 특정 터널 근처만 지나가면 울었다는 얘기였음.

처음엔 부모도 그냥 터널 무서워하는 줄 알았다고 함.
애들 입장에서는 터널이 좀 그렇잖아.
갑자기 어두워지고, 소리 울리고, 창밖이 까매지고.

근데 그 애가 매번 비슷한 말을 했대.

“여기 뜨거웠어.”

처음엔 차 안이 더운 줄 알고 에어컨을 틀어줬다더라.
근데 애가 계속 울면서 이번엔 이렇게 말했다고 함.

“문이 안 열렸어.”

여기서부터 부모도 그냥 터널 무서워하는 걸로는 못 넘겼던 것 같음.

물론 설명할 방법은 많음.
TV에서 본 걸 섞었을 수도 있고, 어른들 대화를 들었을 수도 있고, 그냥 애가 무서워서 아무 말이나 붙였을 수도 있음.

근데 그게 내 애 입에서 나오면 얘기가 달라지잖아.

뒷좌석에서 애가 울면서 “문이 안 열렸어” 이러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아 이건 미디어 노출과 유아기 상상력의 결합이군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냐고.

그 엄마도 처음엔 검색 안 했대.
찾아봤다가 뭐라도 나오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근데 안 찾아보면 또 계속 생각나잖아.

결국 밤에 애 재워놓고 검색창에 터널 이름이랑 사고, 화재 이런 걸 쳐봤다고 함.

딱 맞는 기사는 없었대.

이 부분이 좀 걸렸음.

터널 안 화재 사고가 정확히 나왔다, 이런 거면 너무 괴담 같아서 주작 냄새 났을 텐데
검색 결과가 애매하게 비껴가 있었다고 함.

터널 안은 아니고, 그 근처 도로.
사망 사고도 아니고, 차량 화재.
사람이 다쳤다는 내용은 있었다고 함.

그러니까 맞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거임.

그 뒤로 엄마가 애한테 일부러 안 물어봤다더라.
더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함.

근데 며칠 뒤에 애가 밥 먹다가 갑자기 그랬대.

“나 그때 엄마 기다렸는데.”

나는 여기서 잠깐 멈춤.

그 집 엄마도 그 뒤로 더 안 물어봤다고 함.
나라도 못 물어볼 것 같음.

내 앞에 앉아 있는 애가 내 애인데,
그 애가 말하는 “엄마”가 내가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환생이라는 말은 멀리서 들으면 좀 좋게 들림.

다시 태어난다.
죽어도 끝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위로가 될 수도 있겠지.

근데 실제로 애가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분위기가 완전 달라짐.

우리 집 애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 같은 걸 말하는 거임.

뜨거웠다.
문이 안 열렸다.
엄마를 기다렸다.

이런 말을 하다가, 몇 년 지나면 자기는 기억도 못 함.

그 터널 애도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함.
그 길 지나가도 안 울고, 창밖 보다가 과자 먹고, 그냥 평범하게 컸대.

엄마가 나중에 장난처럼 물어봤다더라.

“너 예전에 여기 지나갈 때마다 울었잖아.”

그랬더니 애가 그냥

“내가?”

이랬다고 함.

그게 끝.

애는 진짜 모르는 얼굴이었다고 함.
자기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그 터널 앞에서 울었다는 것도 전혀 기억 못 하는 얼굴.

근데 엄마는 기억하잖아.

그 뒤로 그 집은 그 터널 지날 때마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고 함.
애는 옆에서 영상 보고 있는데, 엄마만 말이 없어지는 식으로.

나는 환생 썰 보면 전생보다 그 부모 쪽을 더 보게 됨.

애가 정말 뭘 기억한 건지, 그냥 무서워서 아무 말이나 한 건지는 모르겠음.
아마 확인도 안 되겠지.

근데 한 번 들은 부모는 계속 확인하게 될 것 같음.

터널 지나갈 때 애 얼굴 한 번 보고,
차 문 잠금 버튼 한 번 보고,
검색 기록 지웠다가 또 검색하고.

그러다 애가 다 커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길을 지나가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음.

말한 사람은 잊었는데
들은 사람만 그 문장을 기억하는 거잖아.

“나 그때 엄마 기다렸는데.”

이게 진짜 전생 기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나는 저 말을 들은 엄마가 그날 이후로 애한테 그 터널 얘기를 안 꺼냈다는 쪽이 더 신경 쓰임.

0 추천

프로필 이미지 크게 보기

프로필 확대보기
어둑시니
0 / 500자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내용을 확인해 주세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좋아요/북마크/신고 기능은 로그인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페이지로 이동하시겠어요?

신고 사유 작성

분류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최대 500자)

분류

댓글 삭제 확인

선택한 댓글을 삭제할까요?

삭제한 댓글과 하위 답글은 복구할 수 없습니다.

댓글 비밀번호

비회원 댓글은 삭제 시 이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4자 이상으로 입력해 주세요.

게시글 삭제 확인

이 글을 삭제할까요?

삭제한 글과 댓글은 복구할 수 없습니다.

비밀번호 확인

게시글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