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더 돌 - 허락 없이 찍은 뒤, 캐리어 속에서 나타난 ‘Ask first’의 경고

키웨스트에 갔을 때였다.
친구랑 여행 중이었고, 비가 애매하게 내려서 야외 일정이 다 틀어졌다.
그래서 그냥 박물관이나 보자고 했다.
포트 이스트 마텔로 박물관.
거기에 유명한 인형이 있다고 했다.
저주받은 인형.
사진 찍을 때 허락을 구하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인형.
솔직히 웃겼다.
박물관에 전시된 인형한테 허락을 받으라니.
유리상자 안에 앉아 있는 낡은 장난감 하나를 두고 사람들이 너무 과장한다고 생각했다.
전시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벽에는 편지가 많이 붙어 있었다.
사과 편지라고 했다.
로버트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가 사고가 났고, 그래서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들.
차 사고, 병, 실직, 이유 없는 불운.
그런 편지가 정말 많이 있었다.
친구가 먼저 말했다.
“야, 그래도 물어보고 찍자.”
나는 웃었다.
“인형한테?”
그때 유리상자 안의 인형을 봤다.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낡은 세일러복을 입고 있었고, 무릎 위에는 사자 인형 같은 걸 안고 있었다.
얼굴은 헝겊으로 만든 것처럼 거칠었다.
눈은 검고 작았다.
웃는 얼굴도 아닌데, 계속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실 안내문에는 조심하라는 말이 있었다.
예의를 지키고, 사진을 찍기 전에는 허락을 구하라는 식이었다.
친구는 작게 말했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나는 그게 너무 우스워서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찍는다.”
플래시가 터졌다.
그 순간 유리 안에서 뭔가가 딱 소리를 냈다.
작은 소리였다.
나무가 마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유리를 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친구가 나를 봤다.
“방금 들었지?”
나는 못 들은 척했다.
사진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평범했다.
그냥 인형 사진이었다.
그런데 확대하자 이상했다.
내가 찍을 때 로버트는 정면을 보고 있었다.
분명 그렇게 봤다.
사진 속 로버트는 아주 조금 옆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를 보고 있었다.
친구는 바로 나가자고 했다.
나는 괜히 더 세게 말했다.
“렌즈 왜곡이겠지.”
그 말이 끝나자 휴대폰 화면이 꺼졌다.
배터리는 46퍼센트였다.
박물관 밖으로 나오자 비가 더 세졌다.
렌터카로 돌아갔는데, 차 문이 안 열렸다.
리모컨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직원 도움을 받아 겨우 열었다.
차 안에 들어가자 라디오가 켜졌다.
우리는 라디오를 켠 적이 없었다.
잡음만 나왔다.
지지직.
그 사이에서 아주 작은 웃음소리 같은 게 섞였다.
친구는 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사진을 지우자고 했다.
나는 지웠다.
그런데 사진첩 휴지통에도 없었다.
완전히 사라졌다.
그날 밤 호텔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새벽에 문 두드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