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시 - 돌담 위에서 울부짖으며 죽음을 알리던 ‘붉은 눈의 여인’

그날 밤, 나는 할머니 집 작은 방에서 자고 있었다.
집은 마을 끝에 있었다.
뒤쪽으로는 낮은 돌담이 있고, 그 너머에는 풀밭이 이어졌다.
낮에는 양들이 지나가고, 밤에는 바람 소리밖에 안 들리는 곳이었다.
할머니는 잠들기 전에 꼭 창문을 닫았다.
“밤에 여자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절대 내다보지 마라.”
나는 그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근데 그런 말은 어릴 때나 무서운 거지, 스무 살 넘어서 들으면 그냥 오래된 집안 농담처럼 느껴진다.
그날 새벽 2시쯤이었다.
처음엔 바람 소리인 줄 알았다.
길게 끄는 소리.
아아아아……
벽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면 가끔 그런 소리가 난다.
그래서 이불을 끌어올리고 다시 자려고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소리가 났다.
이번엔 분명했다.
여자가 울고 있었다.
그냥 훌쩍이는 게 아니었다.
장례식장에서 누가 가슴을 치며 우는 소리처럼, 목이 찢어질 듯 길게 울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복도 쪽에서 할머니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끼익.
할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불 켜지 마라.”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울음소리는 마당 끝에서 들렸다.
창문 바로 앞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선명했다.
아아아아아……
소리가 낮아졌다가 갑자기 높아졌다.
사람 목에서 나오는 소리인데, 사람이 그렇게 오래 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할머니가 내 방 문앞에 섰다.
“커튼 보지 마라.”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커튼 쪽을 봤다.
흰 그림자가 있었다.
창문 밖이 아니라, 커튼 아래쪽에 비친 그림자였다.
마당 끝 돌담 쪽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긴 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리고, 두 손으로 뭔가를 빗고 있었다.
처음엔 머리카락을 빗는 줄 알았다.
근데 빗질할 때마다 젖은 소리가 났다.
삭.
삭.
삭.
할머니가 내 어깨를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네 큰아버지 이름 부르지 마라.”
나는 그때 큰아버지가 병원에 있다는 걸 떠올렸다.
며칠 전부터 상태가 안 좋다고 했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말은 없었다.
울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집 안이 너무 조용해졌다.
그다음 마당에서 목소리가 났다.
내 목소리였다.
“할머니.”
나는 숨이 막혔다.
분명 내 목소리였다.
평소 내가 할머니 부를 때랑 똑같았다.
밖의 무언가가 다시 말했다.
“문 열어.”
할머니가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때 부엌 쪽 전화가 울렸다.
새벽 2시 17분이었다.
전화벨이 집 안을 찢듯이 울렸다.
할머니는 받지 않았다.
벨이 끊겼다.
잠깐 조용했다.
그러고 나서 밖에서 다시 울음소리가 났다.
이번엔 더 낮았다.
마치 누가 흙 속에 얼굴을 묻고 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