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맨 - 자정의 공터에서 토끼 귀를 흔들며 창문을 깨던 도끼의 그림자

그날 밤 우리는 차 안에 있었다.
축구 경기를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시간은 자정이 조금 넘었다.
친척 집에 들르려고 했는데, 집 앞에 바로 세우기 애매해서 길 건너 공터 쪽에 차를 댔다.
시동은 켜둔 상태였다.
히터가 약하게 나오고 있었고, 앞유리에는 습기가 조금 차 있었다.
그냥 몇 분만 있다가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뒷유리 쪽에서 뭔가 움직였다.
처음엔 개나 사슴인 줄 알았다.
그 동네는 밤에 동물이 나오는 일이 있었다.
근데 너무 컸다.
내가 룸미러를 보는 순간, 수풀 쪽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흰 옷을 입고 있었다.
아니, 옷이라기보다 탈처럼 보였다.
머리 위에는 길쭉한 귀가 두 개 달려 있었다.
토끼 귀.
그걸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자정 넘은 공터에서, 토끼 옷을 입은 남자가 우리 차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바로 문을 잠그려고 했다.
그 남자가 소리쳤다.
“여긴 사유지야!”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화가 난 사람 목소리였는데,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차 번호 봤어! 당장 꺼져!”
우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손에 든 걸 휘둘렀다.
도끼였다.
작은 손도끼.
다음 순간 조수석 창문이 터졌다.
유리가 차 안으로 쏟아졌다.
친구가 비명을 질렀고, 나는 몸을 숙였다.
도끼는 조수석 바닥에 박힌 채로 떨어졌다.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남자는 차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흰 토끼 귀가 헤드라이트에 잡혔다.
얼굴은 잘 안 보였다.
옷이 흰색이라 더 이상했다. 밤인데 그 부분만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다시 말했다.
“다음엔 머리야.”
나는 기어를 넣고 그대로 밟았다.
차가 비틀거리면서 공터를 빠져나갔다.
뒤에서 남자가 뭐라고 더 소리쳤다.
백미러를 봤다.
그는 쫓아오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토끼 귀가 바람에 조금 흔들렸다.
우리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말하면서도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들린다는 걸 알았다.
“토끼 옷을 입은 남자가 도끼를 던졌어요.”
경찰은 장난 전화처럼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며칠 뒤에도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새로 짓던 빈집이었다고 들었다.
경비원이 순찰을 돌다가 안에서 나무를 찍는 소리를 들었다.
들어가 보니 토끼 옷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기둥을 도끼로 찍고 있었다.
경비원이 다가가자 남자가 말했다고 한다.
“너희가 계속 내 땅에 들어오면, 머리를 깨버리겠다.”
그리고 숲으로 도망쳤다.
그 뒤부터 동네에서는 이야기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누가 다리 밑에서 봤다.
누가 철로 근처에서 봤다.
누가 토끼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