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척님 - 멀리 있어도 점점 가까워지는 ‘포. 포.’ 소리

외갓집은 시골에 있었다.
집 뒤에는 밭이 있고, 그 옆으로 오래된 창고가 있었다.
어릴 때는 거기서 혼자 놀았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벌레도 많고, 녹슨 농기구도 있고, 버려진 플라스틱 통 같은 것도 쌓여 있었다.
그날도 나는 창고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햇빛이 세서 땀이 났고, 밭 너머에서는 할아버지가 풀을 뽑고 있었다.
딱히 무서울 시간도 아니었다.
그때 소리가 났다.
“포.”
처음엔 새 소리인 줄 알았다.
“포. 포.”
그런데 소리가 이상했다.
새가 우는 소리라기보다, 사람이 입으로 흉내 내는 소리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밭 끝에 여자가 서 있었다.
하얀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근데 너무 컸다.
담장보다 머리 하나가 더 위에 있었다.
멀리 있어서 착각한 줄 알았다.
밭둑 위에 서 있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여자는 그냥 땅에 서 있었다.
그런데 키가 말이 안 되게 컸다.
“포. 포. 포.”
소리는 여자 쪽에서 났다.
입을 크게 벌리는 것도 아닌데, 낮고 묘한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하고, 남자 목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여자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모자 아래 얼굴은 잘 안 보였다.
그런데 나를 보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급했다.
“당장 이리 와!”
나는 그제야 뛰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할아버지가 문을 잠갔다.
할머니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둘은 서로 말도 제대로 안 했다.
할머니가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누군가에게 와달라고 했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한참 있다가 말했다.
“네가 봤구나.”
그날 밤, 나는 2층 방에 갇히다시피 있었다.
창문에는 소금이 놓였다.
방 네 귀퉁이에는 작은 그릇이 하나씩 있었다.
할머니는 절대 밖을 보지 말라고 했다.
“누가 불러도 대답하지 마.”
나는 그 말이 제일 싫었다.
밤 12시가 넘었을 때였다.
창밖에서 소리가 났다.
“포.”
낮보다 가까웠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포. 포.”
이번엔 창문 바로 밖이었다.
2층 창문이다.
사람이 서 있을 수 없는 높이다.
그런데 창문 너머로 그림자가 비쳤다.
긴 그림자였다.
머리 부분에 모자 챙 같은 게 보였다.
나는 숨을 참았다.
그때 밖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문 열어.”
아버지는 그날 도시 집에 있었다.
외갓집에 올 수가 없었다.
그래도 목소리는 분명 아버지였다.
“괜찮아. 이제 내려와도 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자 목소리가 바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