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만토 - 마지막 칸에서 색을 고르라 속삭이는 붉은 망토

그날은 청소 당번 때문에 늦게 남았다.
애들이 다 내려가고 나니까 학교가 이상하게 조용했다.
복도 불은 켜져 있었는데, 창밖은 이미 어두웠고 운동장 쪽에서는 축구부 애들 소리도 안 들렸다.
나는 3층 화장실에 들어갔다.
원래 그 화장실은 잘 안 썼다.
문도 뻑뻑하고, 세면대 거울에 검은 점 같은 게 박혀 있어서 괜히 기분 나빴다.
근데 그날은 참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칸에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앉았는데, 처음부터 이상했다.
옆 칸에 아무도 없는데 물 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오래된 학교니까 배관 소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천천히 발소리가 났다.
화장실 입구 쪽에서.
하나.
둘.
셋.
신발 바닥이 젖은 타일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였다.
나는 숨을 죽였다.
발소리는 내 칸 앞에서 멈췄다.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그리고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빨간 휴지가 좋아?”
나는 손이 멈췄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같은 반 남자애들이 숨어서 겁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목소리가 이상했다.
문 바로 앞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변기 뒤쪽에서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거리감이 없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물었다.
“파란 휴지가 좋아?”
그때 화장실 안 냄새가 확 바뀌었다.
락스 냄새랑 오래된 물비린내 사이에, 쇠 냄새 같은 게 섞였다.
나는 바닥을 봤다.
칸막이 아래로 사람 발이 보여야 하는데 없었다.
대신 빨간 천 같은 게 바닥에 닿아 있었다.
누가 긴 망토 끝을 끌고 서 있는 것처럼.
나는 입을 막았다.
밖에서 웃는 소리가 났다.
“빨간 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소리도 못 냈다.
“파란 거?”
나는 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문틈 아래로 손이 들어왔다.
손가락이 길었다.
손톱은 검고, 손등은 젖어 있었다.
그 손이 칸 안쪽 바닥을 천천히 더듬었다.
마치 내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나는 변기 위로 발을 올렸다.
가방을 꼭 끌어안고, 숨을 참고 있었다.
그 손이 멈췄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그럼 필요 없어?”
나는 그제야 겨우 말했다.
“필요 없어요.”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밖이 조용해졌다.
발소리가 다시 났다.
이번엔 입구 쪽으로 멀어졌다.
하나.
둘.
셋.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나는 한참 뒤에야 밖으로 나왔다.
세면대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옆 칸도 전부 비어 있었다.
근데 내가 있던 마지막 칸 문 안쪽에, 손톱으로 긁은 것 같은 자국이 있었다.
세로로 길게.
여러 줄.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