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가 중국 단오를 빼앗았다는 말은 어떻게 퍼졌나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됐다.
이때 등재된 것은 한국의 명절 전체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이어져 온 강릉단오제였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신주 빚기로 시작해 대관령 국사성황신을 모시는 의례, 영신제, 단오굿, 관노가면극, 농악, 씨름, 그네뛰기, 창포 머리감기 같은 행사가 이어지는 지역 축제다. 국가유산포털 설명에서도 강릉단오제는 유교식 제의와 무당굿, 가면극, 단오민속놀이, 난장이 합쳐진 전통 축제로 정리된다.
그런데 이 소식이 중국 쪽으로 넘어가면서 말이 짧아졌다.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이 문장은 곧 이렇게 바뀌었다.
“한국이 단오를 유네스코에 올렸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바뀌었다.
“한국이 중국 단오절을 빼앗았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유네스코에 올라간 것은 ‘단오’라는 날짜나 명절 이름이 아니었다.
강릉에서 전승되어 온 특정한 지역 축제였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구분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한자도 같고, 날짜도 음력 5월 5일로 겹친다.
그 정도만 보면 오해하기 쉬웠다.
중국의 단오절은 보통 굴원 전승, 용선 경기, 쭝즈 같은 풍습과 함께 설명된다. 유네스코의 Dragon Boat Festival 항목 역시 음력 5월 5일에 중국과 세계 여러 지역에서 기념되는 축제로 소개된다.
반면 강릉단오제는 강릉 지역 공동체의 제례와 굿, 가면극, 민속놀이가 중심이다.
국가유산포털은 강릉단오제를 풍농 기원제의 성격을 가진 축제로 설명하며, 대관령을 중심으로 산신과 지역 수호신을 모시는 전승을 중요하게 다룬다.
같은 날짜를 쓰지만, 실제 행사 내용은 다르다.
중국 단오절의 중심에는 강과 배, 굴원 전승이 있다.
강릉단오제의 중심에는 대관령, 마을 제의, 단오굿, 관노가면극이 있다.
둘 다 동아시아의 음력 5월 5일 문화권 안에 있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를 그대로 가져간 형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말은 오래 남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이 중국 단오를 훔쳤다”는 문장이 너무 짧고 세다.
반대로 “한국이 강릉 지역의 단오제라는 별도 축제 양식을 유네스코에 등재했고, 중국의 단오절과는 의례와 전승 내용이 다르다”는 설명은 길다.
온라인에서는 보통 짧은 쪽이 먼저 퍼진다.
2005년 이후 중국 일부 여론에서 이런 반발이 있었다는 기록은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강릉단오제 등재 이후 중국 일부에서 한국이 중국 단오절을 빼앗아 갔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CGTN도 당시 한국의 강릉단오제 등재 추진이 중국에서 반발을 일으켰고, 이후 중국의 Dragon Boat Festival이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고 정리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해서 중국의 단오절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중국이 단오절을 기념할 수 없게 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중국의 Dragon Boat Festival은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별도로 등재됐다.
결국 이 논란은 문화 자체보다 이름에서 커졌다.
‘단오’라는 같은 글자.
음력 5월 5일이라는 같은 날짜.
그리고 유네스코 등재라는 말이 가진 권위.
그 세 가지가 붙자, 강릉의 지역 축제는 어느 순간 “문화 도둑질” 논란의 한가운데 놓였다.
하지만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한국이 등재한 것은 중국 단오절이 아니다.
강릉단오제다.
중국 단오절은 별도로 존재하고, 별도로 등재됐다.
강릉단오제 역시 강릉에서 전승된 지역 축제로 따로 인정받았다.
같은 이름이 있다고 해서 같은 문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날짜에 열린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을 훔친 것도 아니다.
오해는 대개 긴 설명이 짧은 분노로 바뀔 때 시작된다.
이 사례는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 괴담과 닮은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사실 하나가 있었다.
그다음에는 짧은 문장이 생겼다.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확인하지 않고 공유하는 말이 남았다.
“한국이 중국 단오를 빼앗았다.”
이 문장은 자극적이지만, 사실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정확한 표현은 이쪽에 가깝다.
2005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은 한국 강릉 지역의 강릉단오제였고, 중국의 Dragon Boat Festival은 2009년 별도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