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교사 폐허(円形校舎廃墟), 빨간 란도셀의 소녀 그리고 칼 든 남자
친구가 말한 곳은 숲 안쪽에 있었다.
차에서 내려도 학교가 바로 보이지 않았다. 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 있었고, 발밑은 젖은 낙엽 때문에 계속 미끄러졌다.
한참 들어가자 둥근 건물이 나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학교는 보통 앞뒤가 있는데, 그 건물은 방향이 없었다. 창문이 둥글게 이어져 있어서, 어디서 봐도 건물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벽은 오래전에 검게 얼룩져 있었고, 창문 몇 개는 깨져 있었다.
안쪽은 텅 비어 있었는데, 이상하게 사람 없는 건물 같지 않았다.
친구 하나가 카메라를 들었다.
“밖에서만 찍고 가자.”
나도 그게 좋았다.
우리는 건물 바깥을 따라 걸었다.
둥근 벽을 따라 걷는 건 생각보다 더 불편했다. 직선 건물이면 끝이 보이는데, 여기는 계속 휘어졌다. 같은 창문이 반복되고, 같은 벽이 반복되고, 우리가 앞으로 가는지 제자리에서 돌고 있는지 헷갈렸다.
그때 2층 창문 안쪽에 누가 서 있었다.
나는 처음에 유리에 비친 우리 모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녀였다.
초등학생 정도 키.
짧은 머리.
어두운 교실 안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등에 빨간 란도셀을 메고 있었다.
그 빨간색만 너무 선명했다.
주변은 다 회색이고, 건물 안은 검은데, 그 가방만 방금 닦아놓은 것처럼 붉었다.
친구도 봤다.
“야, 저기 사람 있어.”
그 말을 듣자마자 소녀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얼굴은 잘 안 보였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어둡게 패인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셔터를 눌렀다.
찰칵.
그 순간 소녀가 사라졌다.
걸어서 물러난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형체가 툭 꺼진 것처럼 없어졌다.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때 들어가면 안 됐다.
근데 사람을 봤다고 생각하면 그냥 갈 수가 없다.
진짜 애가 들어가 있는 거면? 누가 장난치다가 갇힌 거면? 그런 생각이 머리를 잡아당겼다.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반쯤 열려 있었다.
문틀은 썩어 있었고, 바닥에는 젖은 흙과 깨진 유리 조각이 섞여 있었다.
안쪽 공기는 밖보다 차가웠다.
냄새가 났다.
오래된 나무 냄새, 곰팡이 냄새.
그리고 거기에 섞인 향 냄새.
절에서 맡는 선향 냄새였다.
친구가 말했다.
“누가 여기서 향 피웠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복도는 둥글게 이어져 있었다.
교실문들이 부채꼴로 벌어진 것처럼 붙어 있었고, 창문은 바깥 원을 따라 계속 반복됐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았다.
계단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그런데 첫 계단에 발을 올리기 직전, 아래쪽에서 소리가 났다.
딸깍.
작은 금속 소리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