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붉은 실
그 주머니를 주운 건 내 친구 민우였다.
대학 캠퍼스 뒷길, 가로등도 잘 안 닿는 외진 골목 바닥에 아주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붉은 비단 주머니가 떨어져 있었다. 민우는 지갑인 줄 알고 덥석 주워 속을 열었다.
돈은 없었다. 대신 가느다란 여자 머리카락 한 뭉텅이와 손톱 조각, 그리고 빛바랜 증명사진 한 장이 나왔다. 사진 속 여자는 기괴할 정도로 창백한 안색에, 입꼬리만 부자연스럽게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었다.
"악, 뭐야 이거!"
민우가 기겁하며 주머니를 바닥에 내던진 순간, 어둠 속에서 웬 노파 한 명이 절뚝거리며 걸어 나왔다. 노파는 민우의 손을 억세게 움켜잡으며 기괴하게 웃었다
"고맙네... 우리 아가씨 배필을 드디어 찾았어."
그날 밤부터였다. 민우의 자취방에선 매일 밤 비린내가 났다. 민우는 꿈을 꿨다. 붉은 활옷을 입은,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여자가 제 머리카락으로 민우의 목을 칭칭 감는 꿈이었다. 여자는 숨이 넘어가는 민우의 귀에 대고 매일 속삭였다.
"날 두고 어디 가? 날 주웠잖아. 너랑 나랑 짝이잖아."
민우는 일주일 만에 피골이 상접해졌고, 방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내가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민우는 이미 침대 위에서 허공을 향해 목이 꺾인 채 죽어 있었다. 가관인 건, 민우의 열 손가락마다 정체 모를 긴 여자 머리카락이 붉은 실처럼 꽁꽁 묶여 있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