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돌아오는 그녀의 그림자, 동네 무명 건널목에서
몇 년 전, 내가 아직 나카노 근처에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퇴근이 자정을 넘기는 일이 흔했다. 역 근처의 작은 원룸에 혼자 살았고, 귀갓길은 늘 같았다. 역 남쪽 상점가를 지나, 이름도 없는 작은 踏切(건널목)을 하나 건너 집으로 향하는 길. 낮에는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나 장바구니 든 할머니들이 오가던 평범한 동네였지만, 밤이 되면 사람 발자국 하나 없는 조용한 골목길이 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0시를 넘긴 시각, 서부 신주쿠선 막차를 타고 내려 습기 찬 밤공기를 가르며 집으로 향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선로 옆길을 걷다가, 문제의 건널목 앞에 섰을 때였다.
차단기는 올라가 있었고, 열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선로를 건너려던 그 순간, 건널목 맞은편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가로등이 거의 닿지 않는 어두운 골목이라 윤곽만 희미하게 보였지만, 가느다란 체형과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그리고 몸에 붙은 듯한 흰 원피스가 어슴푸레 드러났다. 이상한 건, 바람 한 점 없는 밤인데도 그 머리카락이 아주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어폰을 뺐다. 들릴 리 없는데도, 그때 분명히 귀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전차… 못 봤어?”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라왔다. 놀라서 건널목 쪽을 다시 봤을 때, 맞은편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에는 어둠과 공기밖에 없었고, 선로 위로는 벌레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건널목의 경고음만이 메아리쳤다.
그날 밤 나는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같은 길을 걸으며 근처 게시판을 무심코 훑다가 오래된 신문 스크랩 하나를 발견했다.
“젊은 여성, 건널목 신호 무시 후 열차와 충돌, 사망”
사진 아래 희미하게 찍힌 치맛자락은, 내가 본 흰 원피스의 자락과 기묘하게 닮아 있었다. 기사 날짜는 몇 년 전, 장소는 바로 그 건널목.
며칠 뒤, 동네 잡화점 주인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무심코 그 건널목 이야기를 꺼냈다.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거기? 예전부터 소문 있어. 밤에 흰 여자 나오고, 사람 붙잡고 묻는다잖아. ‘그 전차 못 봤어?’라고. 우리 아들도 중학생 땐 한 번 봤다더라.”
아저씨의 말투는 마치, 동네 고양이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더 섬뜩했다.
그 이후로 한동안 나는 그 길을 돌아서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