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만화를 좋아했던 시절 — 극락 사과군
중학교 때쯤이었던 것 같다.
동네 책방에서
이상한 만화를 하나 집어 들었다.
표지부터가 병맛이였고
제목도 이상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빌려왔다.
극락 사과군.

이건 그냥 표지만큼 병맛 만화가 맞았다.
처음부터 느낌이 왔다.
이건 정상적인 만화가 아니다.
억지 개그,
과장된 몸동작,
맥락 없이 이어지는 상황들.
그리고
애매하게 의인화된 과일들.
사과, 바나나, 포도 같은 것들이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말장난을 던지고,
혼자 웃고,
혼자 상황을 망가뜨린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냥
“이상한 흐름에 휩쓸리는 느낌”

근데 나는 그게 너무 재밌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게 너무 재밌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게 뭐야…” 할 만한데
나는 계속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논리도 없고
전개도 이상한데
그게 오히려 더 웃겼다.
억지인데 웃기고,
이상한데 계속 보게 되는 그런 느낌.
그래서 낙서까지 하게 됐다

수업 시간에
공책에 낙서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극락 사과군을 그리고 있었다.
동그랗게 그리고
표정 하나 찍어주고
팔 다리 붙이면 끝인데
그게 묘하게 재밌었다.
그 캐릭터 자체가
이미 병맛이라
대충 그려도 느낌이 살아났다.
설명하기 어려운 취향
누가 물어보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애매했다.
“재밌어?”
라고 물으면
대답이 애매하다.
재밌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같고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재밌게 봤다.
그래서 결국
혼자 좋아하는 쪽이 더 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몰랐는데
그게 취향이었다.
억지인데 웃긴 것,
의미 없는데 계속 보게 되는 것,
이해 안 되는데 좋은 것.
극락 사과군은
그걸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만화였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건
스토리로 보는 만화가 아니라
그냥 웃게 되는 병맛 만화